
누가 인연의 물길을 놓았으랴
가을이 오면 겨울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
잠시 않아 주섬주섬 풀어놓았던 여름을 추슬러
조용히 자리를 비켜 주듯이,
겨울차표를 미리 예매해 탁자 위에 놓아두듯이,
인연의 물길 또 한 그러하지 않을까.
기별 없이 오더라도 안아주고 섭섭하여 가더라도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앞길을 쓸어줄 수만 있다면
굳이 道공부를 하지 않았어도 존경을 받으리라
일상 앞에 달려드는 조급증과 분노를 절제하지 못한다면
주위의 좋은 인연들의 마음을 다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파멸을 가져올 수 있는 개연성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적이 있는가
인연의 핵심이 바로 지인들이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하는 정신修養이다.
마음을 정갈히하고 행동을 바르게 하여 타의 존경심과 명예를 얻어
사랑을 받고 산다면 맺어진 인연들에게 窮極的(궁극적)으로
삶의 존재감을 일깨워주며 좋은 인연이 되어주는 것이다.
10월이면 한 달 내내 시월의 마지막 밤을 멋지게 보내자고 한다.
어찌하면 좋을까 고민 할 것도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지인들, 인연이 되어준 아름다운 사람들과
한적한 곳에서 차를 한잔 마셔도 좋을 것이고
함께 여행을 다니며 이런저런 閑談을 나누어도 좋겠고
마주앉아 시와 노래로 마음을 보여 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바쁜 생활을 탓할 것이 아니라. 전화로 다정스런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도 참 아름답지 아니하겠는가!
외롭다고 느껴지는 것은 자신의 울타리가 높아햇볕이 들지 않는 것이고
고독하다고 느끼는 것은 소중한 인연을 홀대하는 것이다.
또한 운이 없다고 느끼는 것은 상대적 박탈감만 마음에 품고
괴로워함이다.
줄 것은 없어도 따스한 마음하나만 떼어주어도 되고
얻은 것이 없어도 옆에 있어주기만 한 것으로도 감사하는 넉넉한 마음
오늘 그런 사람들을 만났다. 아름다운 인연이 되어준.....
편견을 둘 필요도 없고 이념도 없이 모였다.
시간이 지나서 이데올로기(Ideologie)와 데모크라시(democracy)로
변질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어느 집단이고 단체가 만들어지면 세포 분열을 하듯이
사상들이 분열한다. 개개인의 성향이 같은 쪽으로
이합집산(離合集散)하기마련인데 그럴 필요가 있겠는가
처음에 순수하게 만났으면 순수한 마음을 받아주고 존중해 주며
편안한 동행인이 되어주고 道伴(도반-함께 공부하는 사람)이 되어주어
고운 인연이 되어준 이들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감에 감사하고
행복해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종교와 정치는 열외의 타인들에게 맡겨 놓고
형제와 이웃 그리고 친구처럼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아도 편안한 사람이 되어 주면 아니 되겠는가.
만났다가 헤어지면 또 보고 싶고 마음에 부담이 없는 사람
나에 말실수를 염려하고 근심하지 않도록 아니 들은 척
나의 부족한 작은 행동까지 탓하지 않는 안온한 사람
우리는 서로에게 아름다운 마음으로 인연이 되어주어
오래 오래도록 이야기하며 기억에 남는 인연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갑자기 바람이 쌀쌀맞게 성을 낸다.
조금만 참고 견디면 다시 따뜻한 기운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인연이 아름다운 것은
낙서가 없는 하얀 종이
인연이 눈부신 것은
미소가 맑고 밝기 때문
인연이 아름다운 것은
언제든지 마음을 놓을 곳
인연이 아름다운 것은
고운 님 만난 처음 같아
사랑한다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는 님이시라
2009. 11. 4.
그림 / 산정 장윤진
글 / 산정 장윤진